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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구독의 가벼움

by 월가뷰 2022. 9. 3.

넷플릭스 구독

 


 

콘텐츠의 무한 확장, 구독 유니버스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문화 콘텐츠의 폭발적 확장은 평생을 봐도 다 못볼 정도의 양으로 무한대 팽창했다. 가히 빅뱅에 가까운 창조력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생산된 콘텐츠들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비용도 저렴해졌다.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를 모국어 자막으로 만날 수 있으니, 세계화의 정점에 선 시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단돈 1만원이면 볼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의 가짓수는 천문학적 숫자에 가까워 졌지만, 우리의 유한한 생명의 숙명인, 시간의 한계 때문에 이 모든 영상물을 다 재생하지 못한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콘텐츠'에 접근하고 관람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있는 콘텐츠'를 향유할 것지가 화두가 된다. 콘텐츠 유니버스에서 좋은 컨텐츠, 취향에 맞는 콘텐츠을 선별하는 것 만큼, 선택한 콘텐츠를 '잘 누리고, 만족하는가' 하는 역량이 필요해진 셈이다.

 

 

구독, 실존의 문제가 되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문화 창작물에 접근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온전히 느끼고 감상하는 방법을 새로이 찾고 익혀야 할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다. 주체성을 상실한 소비자는 자신의 소중한 생명, 시간을 콘텐츠 생산자의 노예, 혹은 이 구독 유니버스의 부품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너무 확대해석일 수 있지만).

 

앞으로는 가장 쉽게 소비되는 상품으로 구독 서비스가 부상하기에, 콘텐츠 플랫폼이 정치적 경제적 사상적 메세지가 전달되는 수단으로 전락할지 모르며, 이는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타겟으로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스스로의 주체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 생각하는 능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콘텐츠 비평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으로 이는 실존적 문제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애플티비 등등 모든 플랫폼을 구독하고서도, '볼 게 없다'는 말하며  '무엇을' 볼지에 또 다른 시간을 소비한다. 알고리즘의 추천에 스스로의 선택을 유예하거나, 주체성을 유실한 채 구독 유니버스를 떠도는 존재가 될 지 모를일. 이 구독 유니버스에 '피투 된' 존재로서 우리는 실존하는 독단자로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끌어올리고, 가상이든 실재든 일상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선택을 해가야 할 것이다.

 

 

 


구독시대의 고찰

말이 너무 장황해 지고 있다. 요는, 영화 한편의 가치는 1만 5천원인 것에 비하면 울가 하나하나 소비하는 컨텐츠들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것이다.

양적 확장은 우리의 선택의 가능성을 확장해주는 것이지 빈지와칭(Binge watching, 영상폭식)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싸고 많이! 라는 다소 산업혁명적 대량생산 소비자에 가까운 건 아닐까.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플랫폼의 의도를 뒤로하고 위시리스트만 가득채우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을 알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알고리즘을 따라 가보든 길이 어디로 나있든 우리가 만나는 작품 하나, 콘텐츠 하나에 의미를 담고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 일상에서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세련된 길일 것이다.

결제일에 조급함에 시달리다가 의무으로 각종 파티의 결제금을 송금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과 구독의 조화다. 콘텐츠 속에서 천천히 유영하기. 나는 하나하나의 콘텐츠에서 나의 느낌을 길어 올려보려 한다. 

 

 

 

 

글 | 월가뷰

사진 | PIXABAY

발행일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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