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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 패왕은 바뀌어도 우희는 잊히지 않는다, 배우 장국영을 기억하다

by 월가뷰 2022. 8. 30.

 


 

 

영화의 전당에서 피서를


 

지난 주 토요일, 부산에는 모처럼 비가 쏟아졌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를 피하기위해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영화의 전당은 기본 관람료가 8천원이고, 유료회원(무지개 등급 연회비 3만원)은 6천원입니다. 멀티플렉스관에 비하면 반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시네마테크 초대권이 있어서, 현재 <한중 수교 30주년특별전- 중국 예술 영화의 빛을 찾아서>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어요.

 

제가 선택한 영화는 장국영의 팬이라면 한번 이상 보셨을, <패왕별희> 대학생 때 처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장국영의 미모에 반해서 찾아봤을 거예요(확신의 미소년 취향). 요즘 OTT에도 많이 올라와 있어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제가 대학생 때만하더라도 비디오나 DVD로 빌려봤던 기억이..

 

아무튼 큰 스크린으로 다시한번 감동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영화 상영 후에 특별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강연도 무척 기대가 됐어요. 물론 바로 진행되는 것이니, 영화의 감동을 와장창 깨부수는 측면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그래도 깊은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되었어요.

 

영화의 전당영화의전당

 

영화의 전당 중국 예술영화 특별전

 

 


 

영화소개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

  • 개봉 | 1993.12.24
  • 재개봉 | 2021.03.31
  • 장르 | 드라마/로맨스/멜로
  • 국가 | 중국
  •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 러닝타임 | 171분
  • 관람정보 |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한중 수교 30주년특별전- 중국 예술 영화의 빛을 찾아서>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등장인물

  • 두지/ 쳉 데이(장국영)

매춘부의 사생아로 육손이로 태어났다. 경극단에 맡겨질 당시, 손가락을 잘랐다. 이후 배우는 손이 고와야 한다는 명목으로 늘 손을 보호한다. 그는 고운 얼굴로 우희 역할을 맡게 되는데, '사내'에서 '계집'으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무대위 '우희'를 연기하는 배우를 보고,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불안정하던 성 정체성을 굳히게 된다. 무대위에서의 배역 탓에 권력자들에게 여성성을 강요당하면서 더욱 자신의 배역에 집착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지켜주었던 상대배역을 맡는 시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경극과 예술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고, 자존심또한 강하다. 현실보다는 경극의 배역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주의자.

패왕별희 우희패왕별희 장국영

 

 

  • 시투/ 두안 샬루(장풍의)

경극단의 말썽꾸러기이자 아이들의 대장. 두지를 보호해주는 보호자. 이후 패왕별희에서 항우를 연기한다. 남성적이고 현실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다혈질이며, 욱하는 성격을 다스리지 못해 사달을 낸다. 두지가 친구 이상으로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을 애써 모른 채한다. 경극에 완전히 몰입된 삶을 사는 청데이와 달리, 경극은 경극이고, 현실은 현실로 구분한다. 그러나 실상은 평생 경극을 위해 살아왔기에 다른 일들을 하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샨과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가지려 하지만 시대의 혼란 속에서 방황한다. 경극 속에서는 초나라의 패왕역할을 연기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생활적으로 무능한 모습을 보인다. 

 

 

  • 주샨(공리)

유곽에서 일하던 매춘부. 샬루를 만나, 어떨결에 프로포즈를 받는다. 그녀는 경극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패왕별희를 보게되고, 샬루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고 유곽을 떠난다. 이후 청데이와 샬루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관계로 그려진다. 그녀는 임기응변과 처세에 능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예술가들이 가지지 못한 현실감각을 가진 인물이다. 종국에 가서 그녀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으나, 샬루가 인민재판에서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로 배신하여 그 충격으로 자살하게된다. 영화 속에서의 '우희'는 주샨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영화 속 장면들

 

패왕별희 두지
어린 시절의 청데이(두지) 우희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해 저항하는 모습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경극단의 실로 아동학대에 가까운 훈련을 거친 두지(청데이). 그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성 정체성을 바꾸어야 했다. 자존심이 강한 두지는 이를 격렬히 거부한다. 어느날 친구와 경극단을 도망쳐 나가는데, 무대에 선 우희를 마주한 두지는 큰 감명을 받고 자발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그날 함께 도망쳤던 친구(탕후루를 좋아 했던 아이)는 스승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혹은 자유가 없는 곳으로 돌아오기 거부하는 듯 목을 맨다. 이후 이 사건은 두지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 저잣거리에서 '탕후루 사세요'하는 소리를 들으면 생각에 잠기고, 걸음음 멈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극 분장하는 청데이경극분장을 돕는 청데이와 샬루
영화 속에는 거울이 자주 등장한다. 겨울은 욕망의 투영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경극의 전성시대였던 1920년대. 청데이와 샬루는 일약 경극 스타가 된다. 어느정도 부도 축적하고, 정계인사와 어울리기도 한다. 청데이는 샬루와 평생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싶어 하는데 반해, 샬루는 경극 이외의 삶을 동경한다. 이후 장난스럽게 시작된 청혼이 실제 결혼으로 이어져 주샨이 경극단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청데이와 샬루 사이는 이전 같지 않아진다.

 

 

 "1분 1초라도 함께 하지 않으면 그건 평생이 아니야!"

패왕별희&amp;#44; 주샨과 청데이가 대면하는 장면공리 패왕별희
삼자대면의 순간. 샬루만 모르는언니들의 기싸움. 

 

한편, 청데이의 열혈 팬인 '원대인' 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경극 애호가로 굉장한 덕후다. 역사책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현실감 넘치는, '우희' 그 자체인 청데이를 추앙한다. 여러번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만, 이를 수락하지 않던 청데이는 샬루와 주샨이 결혼하는 날, 원대인을 찾아간다. 원대인은 자신이 수집한 칼(장내관의 소유였던)을 선물하고, 칼은 경극 속 우희가 끝내 자결할 때 사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이 칼은 돌고돌아 결국 청데이에게 돌아오는데, 이는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엔딩의 암시한다. 

 

 

패왕별희 장국영
샬루에게 배신감을 느낀 청데이 혹은 우희

 

청일전쟁으로 일제의 지배를 받게된 청. 청데이와 샬루는 일제 앞잡이들 앞에서도 공연을 해야 했다. 이로인해 독립이후 반민족 행위로 청데이가 재판을 받게 된다. 청데이를 살려내기 위해서 샬루는 원대인을 찾아가 증언을 부탁하고, 청데이가 협박과 강압에 못이겨 공연을 했다는 것을 호소하지만, 청데이는 자신은 자발적으로 공연했으며 일본 장교는 누구보다 경극을 이해하는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청데이는 이후 마약에 빠져 살고, 샬루는 생업에 뛰어들지만 경극만을 위해 살아온 그들이 평범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그들은 다시한번 함께 패왕별희를 공연하기로 마음 먹는데, 역사는 또 한번 이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바로 공산당의 집권. 공산당은 연극을 일종의 선전수단으로 보았다.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청데이는 또 한번 어려움을 당하게 되는데, 자신이 거둬 키운 제자가 그를 배신한다. 그의 자리를 뺏어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더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된다. 이후 문화 대혁명이 일어나, 경극은 구시대의 악습으로 치부되고, 거리로 끌려나와 인민재판을 받는다. 샬루, 청데이, 주샨 세 인물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며 살기위해 서로의 과거를 까발린다. 이제 이들의 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는데.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청데이와 샬루가 경극 차림으로 체육관으로 찾아와 연습하는 장면이다. 이둘은 22년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무대다. 청데이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다. 영화는 지속적인 암시를 통해, 청데이가 무대위에서 우희로서 죽을 것을 예고한다. 마지막 쓰러진 청데이를 부르는 샬루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우희! 청데이! 아니, 두지.." 샬루는 청데이가 그 순간 누구였는지 모호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패왕별희 이후 10년 후, 장국영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모습은 영화 속 우희와 너무 닮아있다. 예술과 현실의 경계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친 한 인물. 그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특별강연 


 

특별강의에서 알게된 것이, 첸 카이거 감독이 어린 시절 홍의병이었다는 것이다. 흥의병은 문화대혁명 당시 구시대의 산물을 타도하기위해 앞선 학생집단이다. 그런 그가 경극을 소재로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상당히 반성적인 것이라고 하셨다.  중국 5세대 감독들의 영화를 현 세대가 보면서 중국도 이런 예술 영화를 만들었구나 감탄한다고 한다. 지금의 통제적인 분위기에서 나오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패왕별희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시보고싶다. 볼 때 마다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이번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애쓴 한 예술가의 번민이 크게 다가왔다. 패권이 바뀌는 속에서 예술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생각해 보게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극장에서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2022.08.30.

월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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