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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페르소나> |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입이 되어 주오(잉마르 베르히만 감독 •리브 울만 주연)

by 월가뷰 2022. 8. 21.

 

 

영화소개


페르소나 (Persona, Kinematografi, 1966)

  • 국내개봉 | 2013.07.25
  • 장르 | 드라마
  • 국가 | 스웨덴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 85분
  • 관람정보 | 왓챠 

 

 

영화 [페르소나] 상세정보

말을 거부하는 여배우와 말을 찾아주려는 간호사, 두 영혼의 불길한 교차. 유명 연극배우인 엘리자벳은 연극 ‘엘렉트라’를 공연하던 중 갑자기 말을 잃게 되고, 신경쇠약으로 병원을 거쳐 요

www.cine21.com

 

 

 

 

<베르히만 아일랜드> 속 영화를 추적하다


지난주 토요일에 영화의 전당에서 <베르히만 아일랜드>를 관람했다. 배경 정보가 없는 상태로, 간략한 소개글에 끌려 티켓팅을 했다. 부부 시나리오 작가가 일명 베르히만 아일랜드라 불리는 스웨덴의 '포뢰' 섬에서 집필 중인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작가'를 소재로 한 메타 픽션은 꼭 관람해야 직성이 풀리기도 했고, 스웨덴의 섬이 어떤 풍경일까 궁금했다. 해외여행을 갈 형편은 못되니 가능하면 먼 이국땅에서 찍은 필름을 보고 싶었다.

베르히만 아일랜드에 대한 포스팅은 이후에 구체적으로 할 예정이다. 오늘은 <페르소나> 에 집중하자. 아무튼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잉마르 베르히만이라는 감독이 포뢰 섬에서 촬영했다는 <페르소나>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베르히만 아일랜드>를 다시보고싶었다. 배경지식이 없으니 놓친부분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집에 돌아와서 왓챠에 검색하니 '잉마르 베리만' 이라는 표기로 4편의 영화가 검색됐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아~ 이거구나! 싶었지만, 사실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내용을 몰랐다. 러닝타임이 2시간 정도였으니 생각보다 그 옛날 영화치고는 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문학도라 <페르소나>라는 용어를 질리도록 들어왔지만, 문화예술의 큰 영향을 준 잉마르 감독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없었다.

뒷쫓아가는 모습60년대 흑백 영화
영화 &amp;lt;페르소나&amp;gt; 촬영지 스웨덴 포뢰 섬.

 

 

 

엘리자베스와 알마


 

  • 엘리자베스 보글러(리브 울만)

엘리자베스는 연극배우다. 어느날 연극 도중에 대사를 뱉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 후로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한 후, 의사의 권유로 의사의 별장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다. 예기치 못하게 가지게 된 아이였고, 그녀는 배우의 삶에 방해가 되는 아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알마와 섬에서 요양하는 사이에 알마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탐구한다. 엘리자베스는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라 냉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돌봄을 받는 입장이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강한 인물이다.

일렉트라를 연기하는 엘리자베스
배우인 엘리자비스는 <일렉트라>를 연기하다 실어증 증상을 호소한다.

 

  • 알마(비비 엔더슨)

간호사로 5년 정도 일했다. 약혼을 해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길 원한다. 엘리자베스를 간호하며 그녀가 다시 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우인 엘리자베스를 동경하고, 그녀와 자신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엘리자베스가 침묵하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 그녀를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함께 하는 동안 알마는 엘리자베스에게 친 언니와 같은 친밀감을 느낀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하기 시작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다. 쉽게 타인의 감정에 동화하는 성격을 지녔다. 알마는 '영혼'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알마의 대사로만 채워진다.

60년대 간호사

 

 

 

영화 속 장면들


  • 약자와 강자

표면적으로 엘리자베스는 병원에 입원한 병자이고, 알마는 이를 케어하는 간호사다. 하지만 이면은 반대다. 자신의 욕망과 갈등을 자각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한 엘리자벳은 상당히 정신적으로 강한 인물이다. 반면, 알마는 쉽게 낯선 사람을 믿고, 감정에 동화하며 자신의 약점을 꺼내보이는 심리적 약자라고 볼 수 있다.

 

  • 거울 속 그녀들

사실 엘리자벳과 알마는 서로 대척점에 서있는 캐릭터다. 엘리자벳은 냉정하고, 알마는 감정적이다. 욕망의 방향성도 반대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엘리자벳은 임신 중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아들을 나을 수 밖에 없었다. 알마는 하룻밤 불장난으로 임신을 했고, 의사였던 약혼자는 이를 알고 아이를 낙태시켰다. 상대방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라는 것. 만약 두 사람이 영혼을 바꾼다면 자신의 과거로부터 더이상 괴롭힘 당하지 않을 것이다.

 

  • 엘리자베스에 빙의 된 알마

단 둘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침묵 속에서 알마는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된 듯하다. 엘리자베스는 선택적 실어증에 걸렸으므로, 사실은 정신적으로 매우 강한 인물이다. 어쩌면 작은 암시만으로도 알마를 조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알마는 엘리자벳의 남편이 방문하는 날, 마치 자신이 엘리자벳에 빙의된 것 같이 행동한다. 이 장면의 화면 기법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런 빙의 경험으로 알마는 더욱 엘리자베스와 일체감을 느낀다. 이는 정신적 지배라고 볼 수도 있을까.

 

  • 가면 뒤의 모습을 보다

알마의 과거에 대해 엘리자벳은 공감하는 척하지만, 사실 흥미로워할 뿐이다. 의사에게 쓴 편지를 몰래 뜯어본 알마는 엘리자베스의 생각을 알게된다. 알마는 엘리자벳을 믿고 자신의 치부를 숨기지 않았지만, 자신의 솔직함을 끔직하게 생각하는 엘리자벳의 속마음을 알게되고 상처받는다.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어쩐지 그녀는 엘리자벳에게서 도망치지 않는다. 침묵 속에 숨어있는 진짜 마음에 도달하기 위해 알마는 집요하게 엘리자벳을 압박한다. 가면 속 감춰진 얼굴을 보기 위해서 애쓴다.

 

  • 진실을 되돌려 받다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자벳과 알마는 마주앉아 있다. 알마는 담담하게 엘리자벳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설명한다. 바로 엘리자벳이 도망치려했던 '진실'이었다. 이 장면은 두번 반복해서 나오는데, 동일한 대사이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대상이 처음엔 엘리자벳이었다가 두번째에는 알마로 옮겨간다.

이 장면에서 알마는 여전히 엘리자벳의 페르소나인지, 아니면 타인으로서의 알마인지 헷갈리는 지점이다. 다만 이 장면에서 엘리자벳은 시선이 불안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알마는 확신감에 차있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캐릭터의 반전이 엿보인다고 생각됐다.

 

 

 

 

사유와 질문


인간은 왜 가면을 필요로 하는가?

엘리자베스는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하기위해 침묵을 선택했고, 알마는 모든 것을 지워버릴 미래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존재를 위한 선택인지, 생존을 위한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진실을 직면하기에 인간은 너무나 나약하기에 회피하고, 속인다. 페르소나는 이런 나약함을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 심각한 손상을 당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피난처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가면속에서 안전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이 가면 속 모습을 들키고 싶은 욕망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 딜레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지 않을까.





2022.08.21.

월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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