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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헌트>, 이정재 감독 데뷔작 | 그 시절 역사의 사냥개들은 무엇을 쫓았을까

by 월가뷰 2022. 8. 27.

친구가 영화 <헌트> 프리미어 시사회에 당첨됐다. 영화 개봉 전에 영화의 전당에서 선공개되는 시사회였다. 야외극장에서 3000여명의 관객들을 초대해서 진행되는 만큼 부산에서는 가장 큰 시사회였던 것 같다. 다녀온지 한달이 다되어 가는데, 뭔가 정리를 잘하고 싶어서 이제서야 글을 쓴다 ㅠㅠ 원래 순서상 블로그의 첫 글로 올리고 싶었는데.. 아무튼 늦게나마 후기를 전해본다.

헌트 VIP 시사회
헌트 시사회 VIP좌석에 당첨되어 앞자리에서 관람했다.

영화의 전당 <헌트> 야회 시사회에 다녀오다


무더운 여름밤, 쏘 스윗한 그들이 왔다

8월 5일 토요일. 부산은 저녁 7시가 되어도 한낮의 열기가 식지 않아 30도를 웃도는 폭염의 날씨였다. 야외 극장에는3천 명의 관객이 VIP석과 일반석 관객이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폭염 속에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영화 상영전 무대인사로 도착한 <헌트> 팀. 이정재 감독/배우, 정우성, 허성태, 고윤정 님이 부산의 여러 극장에서 무대인사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영화의 전당에 오셨다.

타들어가는 더위에 지칠대로 지쳐있었지만, 대형 야외 스크린으로 맞이한 배우님들! 잘생쁨 뿜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이 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관객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해주셨는데, 당첨자 핸드폰으로 영상을 정성껏 남겨주시는 모습이 참 다정했다. 사람이 매너가 있고 품격있다는 건 이런건가. 미중년의 또 다른 미덕은 미모 뿐 아니라 매너다.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야외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관객을 향해 무엇을 호소했을까

관람 포인트에 질문에 배우님들이 각각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셨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전을 위주로 봐달라, 하나하나 곱씹으며 봐달라, 역사속 사건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5.18을 다루는 영화는 많았지만, 그 속에서 대통령은 잠깐 등장하는 배경정도였지, 본격적으로 제거 대상으로 표적이 된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줄곧 조마조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지 다 알고 있는 그 사람을 이제는 대놓고..! 부디 이후에 별탈이 없으시길 바란다.

이정재 감독이 <헌트>로 칸에 초대를 받은 것이 신의 한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관객과의 질의응답시간에 영화를 전공하고자 희망하는 고3학생에게 준 조언으로, 평소에 각본에 쓸만한 좋은 에피소드들을 틈틈이 쓰라고 했는데, 일면 본인이 오랫동안 감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헌트 이정재헌트 허성태
헌트 관람 포인트 설명중인 이정재 감독,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한 허성태 배우님
영화 헌트 고윤정영화 헌트 정우성
심리전에 주목해 달라는 고윤정 배우님과 한순간도 눈 떼지 말고 봐달라는 정우성 배우님

영화 헌트 이정재 허성태 고윤정 정우성
시사회 이벤트 후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

영화 헌트 시사회 촬영



이정재 감독 데뷔하다


영화 <헌트>는 이정재 감독의 입봉작이다. 주인공이자 감독으로 두 역할을 소화했을 텐데, 대단한 집중력을 가지셨나보다. 두 역할 모두 훌륭히 소화한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전문가들 평으로는 이야기 라인이 약간 엉뚱하게 튀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기존 영화들과 비교해도 재미나 주제의식 측면에서 크게 호평할 부분을 찾지 못하겠다.

물론 동료들의 우정출연으로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로 가득 찬 스크린이 실망스러울리 없겠으나.. 그것도 능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계에서 쌓아온 인맥과 경험들이 작품으로 승화된 정변의 케이스가 아닐까! 이정재 감독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탄탄한 작품들을 더 많이 제작해 주기를!

이정재 감독
자신이 나온 장면을 검토하는 중
이정재 감독과 고윤정 배우
고윤정 배우는 연기를 해본 감독님이라 배우 입장에서 코칭을 잘 해주셨다고 했다.
이정재 감독
현장에서 늘 즐거운 에너지를 뿜으셨다고.


영화의 장면들(스포 포함)


그들은 무엇을 사냥하려고 하는가?

무소불위의 권력과 이에 맞서 싸우는 가운데, 이념대립으로 나뉜 한 국가는 이념 이데올로기로 각자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물리적, 야만적 압제가 끝난듯이 보였지만 이런 억압은 음지로 숨어들고, 냉전으로 첩보전이 진행된다. 그리고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의 첨병인 '남산'의 안기부. 내부에 스파이가 존재한다는 첩보에 안기부 내부는 점차 의심과 분열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박평호는 북쪽 스파이이자, 반전주의자다. 그는 통일을 이루되 전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사실 그가 남한에서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인지 북에서 파견을 받은 남파공작원인지는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북한의 이데올로기로 평화통일을 원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현실적으로 국가원수를 암살하여 원만히 통일을 이루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북측은 대통령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키려한다. 이런 실익이 없는 전쟁을 치르려는 상부의 계획에 그는 변절하게 된다.


김정도는 군인출신으로, 5.18 광주사태에 파견되어 민간인을 죽이는 국가권력의 부조리함을 경험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쿠데타를 준비하는 인물이다. 폭력으로 장악한 권력으로 사람들을 압제하는 국가를 섬길수없다는 명분으로 그는 대통령을 제거하려한다. 이를 <베드로 사냥>이라는 작전명으로 진행한다(베드로는 대통령의 세례명이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를 간첩 '동림'이라고 주장하며 서로의 뒤를 캐기 시작하고,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된다. 결국 원하는 바는 다르지만, 대통령을 제거해야한다는 방법은 같기에 그들은 손을 잡고 공조하기로 한다. 박평호와 김정도 이름에서 느껴지는 어감에 집중해 봤다. 박평호는 평화주의자, 김정도는 고지식하게 정도만을 고집하는 군인정신이 느껴졌다. '서로 빤쓰를 벗기는 영화'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서로의 치부를 캐내기 시합을 벌이는데 이로써 그들은 서로의 진실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선다.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대의를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역사 속에 자신의 명분을 실현하고자 분투한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했을까? 영화가 끝날 무렵, 어쩌면 뛰어난 영웅적 인물보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일궈낸 변화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들은 작전 수행중 죽음을 당하고, 또 다른 첩자에 의해 제거되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과 명분은 또 다른 세대로 전수된다.


질문과 사유: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사냥하고 있을까?


시대가 달라졌지만, 어떤 세력을 유지하고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데 공공의 '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식은 변함이 없어보인다. 민주화 항쟁 이후 30여년이 지났다. 명분이 새로워졌다.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오늘도 싸운다. 그러나 어떤 명분이든, 우리는 여전히 역사의 사냥개의 하나일 뿐이다. 필요가치가 다하면 언제든 제거될 수 있는 하나의 먼지같은 존재들일 뿐이다. 그러니 사냥을 시작하기 전, 더 나은 세상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우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개인은 어떤 희생을 해야하는지 오늘도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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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7.
월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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