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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p.95~115(민음사) ⑥

by 월가뷰 2022. 9. 1.

오늘의 독서


아일랜드 배경의 소설을 읽고 있자니, 벌써 5년 전이 되버린, <비긴 어게인1>의 아일랜드 편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비긴 어게인> 시즌 중 가장 애정한다. 특히나 더블린에서 보여준 찐 버스킹 바이브는 최고였다. 특히나 이소라님의 애절한 목소리에 보면서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2017년도는 내겐 인생이 절벽같이 느껴지던, 동시에 나를 도와주었던 많은 인연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변화가 많은 시간이었다. 

 

내가 젊은 예술가들은 아니지만, 젊은 예술을 사랑하고 지향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 성장통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블린에 꼭 가봐야지. 정말.. 

 


 

책을 열며

  • 오늘의 리드문
신화 구조 및 역사적 원형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신화적 내용은 <율리시스>나 <피네간의 경야>와 비교할 때 비교적 박약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작품에서 이 토대를 발견할 수 있다. 스티븐의 최후의 이름인 데덜러스는 신화와 상징이 이야기에 도입돠는 발단이다.

조이스는 다이덜러스와 이카루스의 신화를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위한 일종의 배경 또는 등뼈로서 사용한다. 우리가 회상하는 다이덜러스는 고대 희랍 지중해 영인 크레타 섬의 천부의 건축가였는바, 그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감금하기 위한 장소로서 미궁을 설계하도록, 미노스 왕에 의하여 위임받는다. 다이덜로스는 미궁을 너무나 정교하게 고안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로부터 도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왕과의 불화 속에 빠진면서 다이덜로스 자신도, 그의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궁극적으로 그곳에 투옥된다. 이 "유명한 공장" 다이덜러스는, 그가 이 미궁에서 풀려날 수 없게 되자, 그들의 도피는 육지와 바다에 의해 제지되어 있지만, 하늘은 자유로이 열려 있다고 그의 아들 이카루스에게 설명한다.

그는 두 쌍의 날개를 고안하고, 이를 사용하여 아들과 자신이 미궁에서 그리고 크레타로부터 탈출한다. 그러나 다이덜러스는 그의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라 날개를 붙이 풀 또는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 추락하지 않도록 경고한다. 그러니 이 열혈아는 넘치는 자만심으로 너무 높이 치솟아, 바다에 빠져 죽는다. 조이스의 상징적 언어에서 더블린은 한 현대의 미궁(미로)이요, 스티븐이 그로부터 도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감금의 장소이다. 이 도시는 그에게 제약과 정신적 마비의 초라하고 불결한 세계를 대표한다.

 

 

앞선 독서에도 발견된 '이카루스'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시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으려면 그보다 훨씬 방대한 주석을 읽어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원어민 전공자들도 어렵기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대학생은 나는 영문학도로 한번은 제임스 조이스를 평정해보리라는 은밀한 야망을 품은 적도 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그의 단편과 장편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그를 이해하고 독법을 익히는게 먼저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서.. 쉽게 포기하고 말았다는 ㅋㅋㅋㅋ

 

그래서 어려운 작품일수록 오독하지 않도록 함께 읽고 점검하는 그룹이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 이 독서모임 좋아. 다른 작품들도 선생님들과 읽으면 사고와 시야가 확장될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꾸준히 참여해야지!

 


 

젊은 예술가의 초상 p.95 ~ 115(민음사)

아일랜드 골웨이 부둣가
아일랜드 골웨이 부둣가

 

스티븐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더러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낱말들도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여러번 되뇌어봄으로써 결국은 그런 말들마저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낱말들을 통해 주변의 현실세계를 조금씩이나마 볼 수 있었다. 자기 자신 또한 자라나서 그 세계의 삶에 참여하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당장은 그 내용을 잘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여겨지던 커다란 자기 몫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그는 남몰래 준비하게 시작했다.
-p.98

그는 집에서 일어나는 미미한 변화들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가 도저히 변화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들 속에서 일어난 그 변화들은 세계에 대한 그의 소년다운 관념에 무수히 많은 미미한 충격을 주었다. 자기 영혼의 어둠 속에서 이따금 준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던 야심은 아무련 배출구도 찾지 못했다.
-p.102

그러면 부드러운 감정이 절정을 이루는 순간에 그는 변신하게 되리라. 그녀의 눈앞에서 그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것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 순간 변신하리라. 그 마법의 순간에 연약함과 소심함과 무경험이 그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p.103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데는 여러가지 멀고 가까운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초조하고 바보스러운 충동에 희생되고 있는 데 대해, 그리고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누추함과 불성실함의 비전으로 바꾸어놓고 있던 운세의 변화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가 그런 비전을 바로잡지는 못했다.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을 참을성 있게 기록하면서 스스로 그 풍경에 대해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한편 그 괴로운 맛을 남몰래 즐기고 있었다.
-p.105

"돌란 신부와 내가 말슴이에요. 글쎄 정찬 때 나는 그 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고, 돌란 신부와 나는 한바탕 웃었지 뭡니까. '돌란 신부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조심하지 않으면 디덜러스 소년이 당신을 나에게 보내 두 손을 각각 아홉 대씩 매를 맞게 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고요. 하! 하! 하!"
-p.114

 

스티븐은 자신의 어림, 소년다움에 대해 '분노'한다. 가정에 찾아온 변화, 사랑하는 소녀에 대한 감정을 어쩌지 못해 무력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모두 자신이 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듯하다. 어쩌면 그가 그런 문제를 다 알 수 없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이다.

 

한편 아버지가 교장 선생님께 전해들은 '돌란 신부님 고발 사건'은, 어른들 사이에서 그저 식사자리 가십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에피파니로 작용하고 있는듯하다. 자신은 일생일대의 용시를 내어 공포에 저항했던 경험인데 말이다. '넌 어려서 그래.' 라는 말로 유년기 아이들의 주도성을 매도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어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야할 대상은 아닌데. 

 


 

책을 덮으며

 

언젠가 나도 어른들의 웃음이 '비웃음'으로 느껴지던 경험이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내가 어른이 된다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초등학교에서 잠시 일할 때 무의식중에 아이들이 수치심을 가지지 않도록 무척 신경쓰긴 했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나처럼 예민한 것은 아니더라. 오히려 자라지 못한 것은 내가 아니었나 씁슬한 웃음을 짓었지. 2년 전 가을이구나. 그때 아이들은 지금쯤 얼마나 자라있을까?

 

퇴근길 긴 산책을하며 들었던, 김사월의 <누군가에게>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야지.

8월 안녕-

 

2022.08.31.

월가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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